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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어느 순간부터, 적응이 더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걸 처음 느낀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다. 하복을 입고있었고 창으로 해가 쨍쨍하게 들어왔으니 학기가 어느정도 진행 된 여름이었겠지. 쉬는시간에 다들 놀고있는데, 나는 내 자리에 앉아 멍하게 있었다. 그때 처음 생각했다. 내가 저 아이들보다 적응이 느리구나.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아는 얼굴이 많이 있었으므로 그런 걸 느끼지 않았다. 그만큼 모르는 얼굴도 많았지만 애초에 모두와 친해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고. 3학년 때는 대부분이 공부하느라 바빴다. 적응에 대한 생각을 잊어가며 2년을 보냈다. 다시 새로운 환경에 들어선 올해, 나는 또 생각했다. 나는 적응이 느리구나, 하고.

사실 적응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관계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내 생각에, 나는 이 아이들에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모두와 친해질 필요는 없고 그럴수도 없으며 그걸 바라지도 않지만 도무지 친분을 쌓고자 하는 의욕이 저 아래에서 기어다닌다면 어쩌면 좋을까. 이건 어짜피 친해질 사람은 친해지게 되어있다는 생각에서 오는 것일까. 이 말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시작도 안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관계는 노력에서 오고 그로 인해 이어지는 것이므로. 아니면 저 사람은 머지않아 끊어질 관계라고 재고있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학기가 어느정도 지나있고, 이때가 되어서야 이름을 묻는 것은 어딘가 어색한 일임으로 접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