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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book

황정은 아무도 아닌

인장이 사라진 자전거가 곤혹스러운 세계 자체로 보였다고 그녀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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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아이에게서 통째로 들어낸 것, 멋대로 떼어내 자취 없이 감춰버린 것. 이제 시작이겠지, 하고 나는 생각했지... ... 이렇게 시작되어서 앞으로도 이 아이는 지독한 일들을 겪게 되겠지. 상처투성이가 될 것이다. 거듭 상처를 받아가며 차츰 무심하고 침착한 어른이 되어갈 것이다. 그런 생각을 했지... ...

누구도 가본 적 없는 中


이해한다는 말을 복잡한 맥락을 무시한 채 편리하고도 단순하게 그것을 , 혹은 너를 바라보고 있다는 무신경한 자백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디디는 죽었다. 무감하게 생각한다. 그 말엔 디디도 없고 나도 없다.

그는 그냥 하던대로 했겠지. 말하자면 패턴 같은 것이겠지. 결정적일 때 한 발짝 비켜서는 인간은 그 다음 순간에도 비켜서고... ... 가방을 움켜쥐는 인간은 가방을 움켜쥔다. 그것같은 게 아니었을까. 결정적으로 그, 라는 인간이 되는 것. 땋던 방식대로의 땋기. 늘 하던 가락대로 땋는 것. 누구에게나 자기 몫의 피륙이 있고 그것의 무늬는 대개 이런 꼴로 짜이는 것은 아닌까. 그렇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직조해내는 패턴의 연속, 연속, 연속.

웃는 남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