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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작아지는 옷에 대한 생각

이 주제를 어디선가 접하거나 생각할 때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과거의 내가 있다. 보통 학생 때는 수학여행 시즌에 옷을 많이 산다. 고등학교 1학년 수학여행 때, 엄마가 옷을 사주겠다 하셔서 쇼핑몰에 들어갔었다. 마음에 드는 옷마다 나에게 작다는 걸 알아차렸고, 그게 속상해서 엄마 앞에서 울었다. 그렇게 옷을 만드는 쇼핑몰이나 사회의 탓이 아니라 내 탓을 하면서. 왜 나는 내 마음에 드는 옷을 입을 수 없는거지? 내가 뚱뚱한가? 다행히 나는 내 몸의 살에 대해 별로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금방 빠져나왔고, 지금은 그게 내 탓이 아니라는 걸 안다. 그러나 이런 얘기를 들을 때 마다 그때의 내가 안타깝고 속상한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뭐가 그렇게 속상해서 울었을까. 그때의 나는 지금과 키가 비슷했으며 몸무게가 5키로정도는 덜 나갔었다.

지금 나는 옷을 좋아한다. 셔츠와 청바지, 자켓 류를 좋아하고 너무 크지 않고 적당히 내 몸에 맞는 핏을 좋아한다. 이런 옷을 찾기란 어렵다. 대부분의 자켓이나 셔츠류는 어깨가 나에게 작아 움직임이 불편할 때가 많고, 그렇다고 큰 옷을 사면 내가 좋아하는 핏이 아니라 입지 않게 된다. 쇼핑몰에서 파는 대부분의 라지 사이즈는 내 허리에 작다. 엑스라지, 어쩔 때는 투엑스라지까지 살 때가 있다. 라지사이즈가 맞을 때도 있지만 그건 그 바지가 '크게'나왔을 때이다. 혹은 신축성이 좋거나. 오늘도 너무 내 취향이라 앞뒤 안 가리고 주문했던 자켓을 환불신청했다.

이런 옷들 틈에서 나에게 맞는 옷을 사려면 내 몸을 평가하게 된다. 나는 남들보다 어깨가 넓고, 허리가 짧고 배에 살이 많으며 살이 있는 편이다. 그리고 이 작게 나오는 옷들에 나를 맞춰야 한다는 생각. 나는 그래서 다이어트를 무리하게 하기보단 엄청 우울해졌다 잊고 우울해졌다 잊고를 반복했다. 

난 쇼핑몰 자체제작 라인을 좋아하는데, 왜냐면 요즘 그 라인들이 잘나온다. 내 취향에 맞는 쇼핑몰에 옷을 정말 좋아하는 게 눈으로 옷에서 보이는 사장님들. 그러면 정말 예쁜 옷이 나오는데 그들도 굳이 사이즈를 세분화하지 않는다. 대부분 원사이즈. 그중에는 고객들의 요청에 이제 슬슬 두가지 사이즈를 내놓는 곳도 있고, 자신의 기존 고객들은 큰 사이즈를 사지 않으니 고객들이 '선호하는 핏'이라며 하나의 사이즈만을 계속해서 내놓는 곳도 있다.

요즘도 진짜 내 마음에 쏙 드는 옷을 안 맞아서 못사게되면 존나 빡치는데 그게 나에대해 빡치는 것도 아니고 엄청 우울해진다거나 나에게 혐오감이 든다거나 하진 않고 걍 빡치기만 한다. 디자인 너무 내건데 난 못입는대... 빡쳐 이런느낌으로. 그런데 이건 성격차이고 어떤 사람은 자기 몸에대해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거고 살을 빼야한다는 강박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거고... 나는 결국 이 모든 게 여성에게 몸이 지금보다 날씬하길 강요하는 거라 생각한다. 마르길 강요하고 여성들은 그렇게 되기위해 노력하고. 그러면 진짜 말라져서 작은 옷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돈이된다. 그렇다면 굳이 사이즈를 세분화 할 필요가 없지. 너무 마른 체질인 사람들에게는 또 그거가지고 뭐라 한다. 그 사람들은 시장에 나오는 옷이 너무 크다.

신체의 다양성이 희미해지고 획일화된 외모의 기준이 정해진다. 정말 바뀌어야 할 인식. 개개인이 인식을 바꿔야 할 것이 아니라 사회가 나서서 없애줘야 하는 인식. 사람들은 사회의 분위기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게 문제인지 조차 모르기도 한다. 개개인의 깨달음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개인이 모이면 커다란 힘이 되기때문에. 사회에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생겨야 한다고 생각.